연구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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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요약
기존의 죽음 관련 연구들은 자살예방, 안락사, 뇌사, 노인 등의 실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진은 죽음 연구를 보편적인 하나의 학문으로 성립시키고자 한다. 기존의 죽음과 생명에 대한 탐구에서는 과학적·의학적 탐구 방식이 특권화 되고 죽음과 삶, 생명에 대한 각 개인의 감정과 체험들은 배제되어 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과학주의에 기반한 죽음 연구들의 접근 방법과 그 한계점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적 객관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종류의 해석학적 주관성을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해석학적 탐구방법론에 근거한 학문들 사이의 소통과 짝짓기를 통해, 즉 과학과 문화, 예술, 철학, 종교 등의 다양한 영역들 간의 연계와 통섭을 통해서 죽음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개별학문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학문들 상호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죽음과 생명, 정신을 탐구하는 데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죽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개인과 사회, 공동체와의 관계 문제로 파악할 때 개인과 공동체 간의 연대가 가능하다.
죽음과 삶에 관한 문제는 각 시대, 사회, 문화권 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현상의 다양성은 인간존재의 보편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팀은 죽음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차이와 그 사회적 계기들에 주목하고, 그 문화권 내에서 죽음과 삶의 문화가 어떻게 갈등, 화해하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각 문화권에서 죽음에 대한 다양한 메타포들을 연구하면서 죽음을 사유하는 상이한 형식과 문화들을 분석할 것이다. 이런 메타포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문학, 예술, 종교 등의 영역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상징들과 은유들을 집중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그 시대의 사회의식과 연관시켜 탐구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인간학으로서의 메타 사생학 (본 연구팀은 이를 ‘살림 인문학’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을 구축하는 작업과도 긴밀히 연관되어있다. 해당학문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자기성찰 없이 죽음에 대한 독백적 담론만을 추구해온 기존의 죽음학(혹은 생사학)과 달리, 메타 사생학은 다양한 생사관에 대한 이론·실천적 지식을 중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온전한 가치설정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가치 담론’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의해(문화적 진보라는 미명 하에) 묵인되고 있는 ‘도구적 이성화’와 가치관의 ‘탈도덕화’ 경향을 인간성과 개인적 자유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고자 한다. 아울러 ‘살림 인문학’은 죽음과 관련해서 과학·기술적 담론으로부터 배척된 영역에 대한 감수성을 배양함으로써 인문학의 본령을 회복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죽음 일반’에 대한 획일화와 통계화의 원리가 아니라,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구체적 인간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끌어안는 사회․문화적 담론 공간과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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