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선 의사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함께한 한국 보건의료운동 30년 : 1987 2017 / 최규진 지음
ISBN 979-11-956501-8-7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
일제강점기에서 박근혜 정권까지…세상과 연대한 의사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태어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함께한 보건의료운동의 기록 30년
이 책은 1987년 탄생해 올해로 꼭 30주년을 맞는 의사 단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인의협이 1987년 이후 벌어진 한국 보건의료 운동 대부분의 사안에 관여했고 그중 적지 않은 부분을 앞장서 이끌었던 만큼, 이 책은 한국 현대 보건의료 운동의 주요 궤적을 짚어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1987년 일어난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은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점이었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로 그 물결 속에서 인의협은 탄생했다. 그리고 인의협은 1987년 이후 쏟아져 나온 산업재해와 같은 노동자 건강권 문제, 의문사·국가 폭력 진상규명과 같은 민주주의 문제를 비롯하여 반핵과 같은 환경문제, 건강보험 일원화·의약분업과 같은 의료 제도 문제, 공공의료·보장성 강화·의료 민영화 저지와 같은 국민 건강권 문제, 반전·미군 기지·사드와 같은 제국주의 문제, 노숙인 진료·북한 어린이 의약품 보내기 운동과 같은 인도주의 문제 등 의학이라는 수단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안에 개입했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물론 인의협과 인의협의 활동이 지닌 의미에 대한 판단은 역사의 몫이다. 이 책은 그것을 위한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인의협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이유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자료와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기록해 두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분명적극적인 설명서이긴 하다. 그 활동의 자취와 성과가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물론 의사 사회에서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인의협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의사들이 주도한 진보적 보건의료 운동’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역사가 인의협의 전사(前史)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인의협의 역사적 좌표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장에서는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어도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서 대체로 각 정권을 기준으로 인의협의 활동을 정리했다. 이는 단순히 편의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인의협이 사회와 유기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며, 시대에 조응한 각 운동과 인의협의 활동을 함께 돌아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의 건강을 고민하는 것은 의사의 사명
자신이 속한 사회의 건강을 고민하는 것은 의사의 사명이고 그것을 도모하기 위해 인의협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의사들에 의해 실현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즉 많은 투쟁들이 기술되었지만, 그 투쟁들은 수많은 보건의료인들과 노동자들의 연대 그리고 역사의 주체인 민중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의협의 모든 실천은 그 연대와 힘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한국 사회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사회와 유기적으로 움직여 온 만큼 인의협 역시 그 변화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 전환의 시기에 어떤 기획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기존 세대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그리고 다행히 새로운 기획과 실천을 해낼 만한 새로운 주자들이 인의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책은 그들에 의해 채워질 앞으로의 30년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