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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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자본주의, 글로벌 단위의 인적/자본 네트워크의 확산,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의 급증과 같은 급격한 현실 속에서 이주 및 이주민에 대한 논의들은 이제 추상적인 학문의 차원보다 실체로서 이들이 지닌 몸과 그 몸이 겪는 물리적, 감각적인 삶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주민의 건강 및 의료, 나아가 건강권의 문제로 부각된다.
그런데 이주민의 건강 및 의료와 관련된 그동안의 주류적 접근은 이주민을 ‘제도적인 의료 체계’로부터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류적 접근은 이주민의 기본적인 건강권 보장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는 분명하나 이주민 자신을 ‘의료취약계층’ 곧 대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집단으로 동질화하거나 ‘잠정적인 환자 및 감염자’라고 간주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따라서 주류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주민 스스로가 의료 및 건강과 관련되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특별하며 주체적인 문화행위자로 새롭게 자리매김 될 필요가 있으며 이주민의 건강한 삶과 건강한 몸은 무엇이며, 건강한 생산/재생산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함께 고민하고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의 건강과 의료에 대한 학술적 접근 역시 재고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경우 1990년 말부터 이주민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점차 이주민의 건강과 의료 문제가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런데 기존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 조건에 놓여있음에도 거주국 주민에 비해 건강상태의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는 더 좋은 결과가 발견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주민들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 많은 고통을 호소하며 그 원인으로는 건강불평등, 차별 등 수많은 사회적 결정요인들이 작용한다는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분석들을 다시 고찰해보면 어떤 부분이 질환의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 명확치 않거나 이주민의 건강문제를 다루면서도 정신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예방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순환기 내과, 가정의학과로 구성된 의학 연구자들과 문화인류학 전공자로 구성된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현장과 담론, 의학적 검사와 심층인터뷰, 구조적 문제와 정신적 차원, 몸의 정치와 실천을 넘나들면서 이주민의 의료 및 건강에 대한 현실을 입체화 시키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방법론적으로는 이주민 진료소를 중심으로 이들의 삶의 현장에 대한 융합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이주민 건강 및 의료의 사회문화적 맥락뿐 아니라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 혹은 정신질환과 신체적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이주민들이 문화적 또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분석하고 이 스트레스가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계 위험을 증가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하는지 알아보고자 하며 이러한 변화가 병태생리학적 관점에 관여하는 기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융합적 역학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가지고 4~5년차에는 전체 연구진이 참여하여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이주민 건강의료 모델을 개발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주민들의 건강한 삶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주민 공동체 내 건강관리 활동가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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